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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 금융투자 회생에 달렸다]1부-④ 회사채 차환 발행 못해 울며 겨자먹기식 현금 상환]

복리의마법 2013. 8. 29. 08:01

[머니투데이 심재현기자][[창조경제, 금융투자 회생에 달렸다]1부-④ 회사채 차환 발행 못해 울며 겨자먹기식 현금 상환]



기업의 핵심 자금조달 창구인 회사채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오히려 기업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업황이 좋거나 채권시장 여건이 좋았을 때 공격적인 투자를 위해 대규모 회사채로 자금을 조달한 기업들이 만기가 돌아온 채무를 갚지 못해 줄줄이 쓰러질 지경이다. 현재 회사채시장 여건으로는 만기가 돌아온 회사채의 차환 발행은 사실상 꿈도 꾸지 못한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전날까지 만기가 돌아온 신용등급 "BBB" 이하 회사채 규모는 38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이 기간 발행된 "BBB" 이하 회사채 규모는 600억원에 그쳤다.

신용등급 "BBB" 이하 기업은 재무구조가 열악한 비우량기업이다. 최근 문제가 되는 건설·조선·해운업종의 대다수 기업이 "BBB" 이하 등급에 속한다. 안그래도 업황 침체에 실적 부진으로 한 푼이 아쉬운데 대다수가 만기 회사채를 현금으로 상환했다는 얘기다. 이번주만 해도 이랜드리테일이 자체 자금으로 만기가 돌아온 회사채 전액을 상환했다.

기업들은 회사채 차환 발행이 불가능해 울며 겨자먹기로 현금 상환에 내몰리고 있다. 회사채를 발행하려 해도 투자하겠다는 수요가 없다. 지난 5월부터 "BBB" 이하 등급 회사채는 4개월 동안 수요예측에서 기관투자가 수요가 전무한 실정이다.

한 중견기업 자금담당 임원은 "없는 돈에 빚을 갚자니 아랫돌 빼 윗돌 막는 꼴"이라며 "기업 활동을 지원하는 창구가 돼야 할 회사채시장이 오히려 기업의 숨통을 옥죄고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동양(신용등급 "BB") 등 일부 기업은 고금리와 짧은 만기를 내세워 회사채 발행에 성공, 근근이 "발등의 불"을 껐지만 앞으로 상황은 여의치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이슈가 불거지면서 시장 투자심리가 악화일로를 걷는 탓이다. 동양만 해도 지난 2월 회사채 발행에서 4.16대1이었던 청약경쟁률이 전날 발행한 회사채에서는 1.04대1로 뚝 떨어졌다.

한 증권사 채권영업 관계자는 "올초만 해도 제2금융권은 물론 개인투자자들의 수요가 적잖았는데 미국발 악재가 이어지면서 투자문의가 뜸해졌다"고 전했다.

최근 AA급 우량기업이 잇따라 계획보다 많은 회사채를 발행하는 등 일부 호전기미가 보이지만 회사채 전반적인 분위기와는 먼 얘기다. 삼성에버랜드의 경우 29일 발행을 앞둔 회사채 규모를 3000억원으로 잡았다가 8280억원의 주문이 몰리면서 발행규모를 5000억원으로 증액했다. 지난달 말 LG전자도 밀려든 주문에 발행액을 4000억원으로 계획보다 2배 늘렸다.

시장 한 관계자는 "회사채 발행 자체가 뜸했던 몇 달 전과 비교하면 상당히 달라지긴 했지만 시장의 자금조달 기능 면에서 보면 정작 자금이 절실한 비우량기업은 여전히 논외라는 점에서 별반 나아진 게 없는 셈"이라고 말했다. 우량기업으로만 자금쏠림현상이 심해지면서 회사채시장은 정작 돈이 필요한 기업에 대한 자금조달 창구의 역할을 상실했다는 지적이다.

회사채시장을 지원하기 위한 정부정책도 아직까지 이렇다 할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KDB산업은행이 차환 발행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의 회사채를 총액 인수하겠다고 나섰지만 신청한 기업은 한라건설 1곳에 그쳤다. 산업은행에 도움을 요청했다가는 외부에 부실기업이라는 부정적 인식을 줄 수 있는 데다 신용등급 하락과 채권단의 경영개입 등 추가 부담까지 떠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황원하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내외 시장여건상 비우량기업의 자금리스크는 더 확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비우량 등급의 기업들은 은행 대출도 여의치 않고 회사채 발행도 어려워 자금난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