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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심재현기자][정부·그룹 지원 감안, 국제 신평사와 등급차…"공시제 개선, 기업 중심 평가 탈피" 목소리]

복리의마법 2013. 12. 5. 08:14



본문이미지국내 신용평가사가 신용평가방식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동양사태 등을 거치면서 정부나 그룹 계열사의 지원 가능성을 감안한 신용등급에 거품이 꼈다는 비판이 거세지면서다. 금융당국도 오는 2015년부터 후광효과를 걷어낸 독자신용등급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4일 채권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신용평가사의 평가를 모두 받는 국내 기업은 포스코, 현대차, KT 등 22개사다. 국제 신평사가 매긴 국내 기업의 평균 신용등급은 국내 신용등급으로 환산할 경우 "BBB" 수준이다. 국내 신평사가 평가한 등급 "AAA" 또는 "AA+"보다 최대 8단계 낮다.

지난달 25일 무디스가 신용등급을 한 단계 강등해 "Baa2"(국내 환산등급 BBB) 등급을 부여한 포스코가 대표적이다. 포스코의 국내 신용등급은 최고 등급인 "AAA"다.

무디스는 포스코의 부채 급증과 실적 부진을 등급 하향 원인으로 꼽았다. 2010년만 해도 5조원은 넘었던 포스코의 영업이익이 올해는 3조원에도 못 미칠 가능성이 크다. 부채비율도 2009년 50%대에서 3년여만에 80%대로 늘었다. 무디스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포스코가 부채를 줄일 여력이 있는지도 불확실하다"고 평가했다.

시장에서 국내 신평사의 신뢰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국내 신평3사는 국제시장의 잇단 혹평에도 불구하고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AAA"로 고수하고 있다. 신용등급 전망도 "안정적"으로 부여하고 있어 당분간 등급 하향 가능성도 없다.

업계에서는 외부 지원 가능성에 대한 시각차라는 분석이 나온다. 공기업 성격이 짙거나 대기업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경우 자체 신용등급보다 정부나 그룹 계열사의 지원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포스코의 경우 국내 1위의 철강회사로 2000년에 민영화되면서 정부 지분은 전혀 없지만 정권이 바뀌는 5년마다 회장이 바뀔 정도로 정부 입김이 강하다. 신용등급이 부채 상환 능력에 관한 평가라는 점에서 보면 이런 특성을 외면한 독자신용등급은 반쪽짜리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한 신평사 관계자는 "엄밀히 말해 독자신용등급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없다"며 "해당 기업과 연관된 외부 지원 범위를 어느 정도까지 반영하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신평사가 현행 평가방식에 대한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웅진홀딩스부터 최근 동양사태까지 겪으면서 아무리 탄탄한 대주주라도 계열사를 무한정 지원할 수 없다는 현실이 드러났다. 기업이 부도를 낸 뒤에야 신용등급 뒷북 조정이 이뤄진 것도 자성의 계기가 됐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공시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독자신용등급과 통합신용등급 등 다양한 방식으로 평가한 신용등급을 모두 공시하자는 얘기다.

신평사도 평가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다. 최근 신평사가 신용등급 하향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도 이 같은 고민의 결과다. 신평3사는 지난달 현대상선·한진해운(이상 A-→BBB+), 현대엘리베이터·대한항공(이상 A→A-), 동부제철(BBB→BBB-) 등의 등급을 잇따라 낮췄다.

신환종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신용평가가 지나치게 기업 중심적으로 이뤄지면서 시장의 신뢰도 저하를 부추겼다"며 "앞으로는 시장 전반의 신용분석에 대한 논의 등을 통해 다각적으로 신용등급을 부여하는 방안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