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채 발행 눈치보기에 투자수요 우량 회사채로 쏠려…당분간 추세 지속 전망
정부가 강도 높은 공기업 개혁에 나서면서 우량기업 회사채 시장이 '풍선효과'를 누리고 있다. 올들어 공사채 발행이 위축되면서 투자 수요가 우량 회사채로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21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17일까지 발행된 공사채는 1조79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조5100억원보다 절반 이상 줄었다. 지난해 12월 발행된 공사채 규모도 2조3600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 발행 규모 4조2800억원의 반토막 수준이다.
지난해 12월11일 발표된 정부의 공기업 정상화 대책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12개 공기업을 부채 중점관리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면서 공사채 발행 분위기가 빠르게 위축됐다.
김상훈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12개 관리 대상 공공기관에 공사채 발행시장의 큰 손인 LH공사와 예금보험공사 등이 포함되면서 당분간 공사채 발행은 예년 수준을 밑돌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등급 AAA의 공사채 발행이 위축되면서 대체 투자처로 떠오른 우량기업 회사채 시장은 연초부터 예상 밖의 호황을 맞고 있다. 주로 공사채 장기물에 투자해오던 보험사 등 기관 투자자가 줄줄이 우량기업 회사채 시장으로 몰리면서 올들어 이마트를 시작으로 신용등급 AA의 우량 회사채가 수요예측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이마트 (252,500원 0 0.0%)가 지난 6일 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3년물 발행을 앞두고 실시한 수요예측에는 발행물량의 2.5배인 4500억원이 몰렸다. 이마트는 예상 밖의 수요에 발행규모를 3000억원으로 늘리고도 금리를 기존에 발행한 회사채 3년물의 개별 민평금리(민간 채권평가사가 집계한 평균금리)보다 0.01%포인트 낮췄다.
같은 신용등급의 GS (53,400원 400 0.8%)가 3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3년물 발행을 앞두고 실시한 수요예측에도 6400억원의 주문이 몰렸고 신용등급이 A-로 상대적으로 등급이 떨어지는 크라운제과가 200억원 규모의 회사채 3년물 발행을 위해 실시한 수요예측에도 820억원의 수요가 들어왔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공기업 개혁의 고삐를 조이면서 공기업마다 공사채 발행을 두고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데다 기업들도 금리 욕심을 자제하면서 시장과 눈높이를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다.
지난해 말 자금 집행을 미뤘던 기관투자자들이 연초부터 채권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도 우량 회사채 시장에 훈풍이 되는 분위기다. 신한금융투자의 김 연구원은 "현재 대부분의 공사채 발행이 1월 이후로 미뤄진 상태"라며 공사채의 빈자리를 우량 회사채로 채우는 모습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선 모처럼 회사채 시장 수요가 늘고 있지만 온기가 신용등급 A 이하의 비우량 기업으로 확산되지 못하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우량 회사채 호황이 오히려 회사채 시장 전반의 상대적 박탈감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채권시장 한 관계자는 "최근 우량 회사채에 대한 수요는 AAA급 공사채의 대체 차원이라는 점에서 투자수요가 A급 이하 회사채로 확산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