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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리맨 신화" 강덕수 회장, 일부 만류에도 사퇴

복리의마법 2013. 9. 9. 16:55

강덕수 STX그룹 회장이 경영 악화의 책임을 지고 STX조선해양 대표이사 직에서 물러난다. 


강 회장은 STX조선해양과 함께 채권단 공동관리를 받는 STX엔진(이사회 의장)과 STX중공업(대표이사)의 경영권도 내려놓을 전망이다. 2001년 그룹을 창립한 지 13년 만에 부실의 덫에 걸려 경영 일선에서 완전히 퇴진하는 셈이다.

STX조선해양은 9일 오후 STX 본사가 있는 서울 남산타워에서 이사회를 열어 박동혁 신임 대표이사를 선임하는 안건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류정형 STX조선 부사장(조선소장)도 신규 등기이사로 선임됐다. 박 신임 대표는 오는 27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공식 선임된다.

이날 이사회에는 등기임원 중 강 회장과 신상호 대표이사 사장, 조정철 전무 등 사내이사 3명과 정경채 전 산업은행 부행장 등 사외이사 4명을 합해 7명의 이사진이 모두 참석했다.

이에 따라 STX조선해양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강 회장은 자연스럽게 사임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일부 사외이사들은 이사회에서 원활한 경영정상화를 위해 강 회장의 경영노하우와 역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개진했다. 강 회장은 그러나 "경영 부실의 책임을 통감한다"며 "(회사를 살려야 한다는) 대승적 차원에서 채권단의 뜻을 따르겠다"고 말했다고 한 이사회 참석자가 전했다.

STX그룹 고위 관계자는 "오늘 이사회는 강 회장의 퇴임 안건이 아니라 신임 대표이사 선임 안건을 다룬 것"이라면서도 "새 대표가 선임된 이상 강 회장이 사임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지난 4월 자율협약에 신청에 앞서 "경영권 행사와 관련해 채권단 결정에 어떤 이의도 제기하지 않겠다"는 확약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지난 3일 채권단이 STX조선해양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사임을 요구하자 "월권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했었다.

경영부실 책임은 통감하지만 회사 정상화 과정에서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며 채권단에 "재고"를 요청했다. 하지만 채권단은 강 회장에 대한 경영권 박탈 의사를 굽히지 않고 박 신임 대표 선임을 강행했다.

강 회장이 주력 계열사인 STX조선해양 대표직에서 물러남에 따라 경영 정상화를 추진 중인 다른 계열사의 경영권도 내놓을 가능성이 커졌다. 채권단은 강 회장의 부실 책임을 물어 자율협약을 추진 중인 STX엔진과 STX중공업에서도 경영권을 인정하지 않을 방침이다.

"샐러리맨의 신화"로 상징되는 강 회장의 성공 신화도 막을 내리게 됐다. 강 회장은 1973년 쌍용양회에 사원으로 입사해 STX그룹의 모태가 된 옛 쌍용중공업(STX엔진) 최고재무책임자(CFO)에 오른 뒤 2000년에는 사재(20억 원)를 털어 회사를 인수했다.

이듬해 5월 STX로 사명을 바꾼 강 회장은 특유의 추진력과 인수합병(M&A)을 통해 불과 13년 만에 그룹을 재계 13위로 키워냈다. 2001년 대동조선(현 STX조선해양)을 시작으로 2002년 산단에너지(STX에너지), 2004년 범양상선(STX팬오션)을 인수해 조선·해운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2007년에는 노르웨이 크루즈선 제조업체 아커야즈(STX유럽)의 지분(39.2%)도 인수했다.

하지만 2009년 중국에 STX다롄조선을 설립한 것이 패착이 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조선업이 침체 국면에 빠지자 STX팬오션, STX조선해양 등 주력 계열사들의 실적과 유동성이 크게 악화됐다. STX다롄 투자 등 부채 증가로 재무구조가 악화돼 지난 4월부터 주력 계열사를 중심으로 채권단 공동관리 수순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