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회사채 투자 정보

"동양사태 된서리?" 건설업계 5.7조 회사채 만기 "발동동"

복리의마법 2013. 9. 30. 08:39

[머니투데이 임상연기자][금리상승에 자금경색 심화 대형사도 미매각 속출..실적악화+이자부담 "이중고"]


본문이미지 내년까지 5조7000억원에 달하는 만기도래 회사채를 갚아야 하는 건설업계가 또다시 자금조달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로 채권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선 데다 안그래도 위축된 회사채시장이 동양그룹의 부도위기 여파로 그야말로 꽁꽁 얼어붙어서다.

 대우건설, 롯데건설 등 대형사들조차 차환발행에 어려움을 겪을 정도로 회사채시장의 자금경색이 심화됐다. 일각에서는 부동산경기 침체에 따른 실적악화와 자금조달 실패로 건설업체 줄도산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30일 건설업계 및 채권평가사 에프앤자산평가에 따르면 10월부터 내년 말까지 만기도래하는 건설업체 회사채는 총 5조6933억원(공모사채 기준)에 달한다. 이중 올 4분기 만기도래 물량만 1조6120억원으로 전체의 28%를 넘는다.

 현대산업개발이 내년까지 만기도래하는 회사채가 8100억원으로 규모가 가장 컸고 롯데건설 8000억원, 대우건설과 삼성물산 각각 4500억원, 두산건설 4329억원, 한화건설 4300억원 순으로 만기도래 물량이 많았다.

 문제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와 동양그룹 부도위기 우려 등으로 건설업체의 회사채 차환발행 여건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회사채 기피현상이 심화되고 이자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비교적 신용등급이 우량한 대형사조차 회사채 수요예측에 실패해 미매각물량이 쏟아질 정도다.

 실제 대우건설(A+)은 이달 초 2000억원의 회사채 차환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실시했지만 520억원을 모으는데 그쳤다. 대우건설은 수요예측 실패로 희망금리밴드(3년물 국고채 금리+95~105bp) 최상단인 연3.96%로 회사채를 발행했고 미매각물량 1480억원은 인수단이 모두 떠안았다.

 대우건설의 회사채 발행금리는 같은 등급의 회사채 평균금리(3.54%)는 물론 한국채권평가 등 민간평가사 3개사의 평균금리(3.78%)보다 18bp 높은 수준이다. 상대적으로 더 높은 이자를 줘야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것이다.

 롯데건설(A+)도 지난 9일 2900억원의 회사채 차환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 나섰지만 전량 미매각돼 발행금리가 희망금리밴드 최상단인 4.33%로 결정됐다.

 이 역시 당시 같은 등급의 회사채 평균금리(3.55%)보다 78bp 높은 수준이다. 이밖에 태영건설(A) 한양(BBB+) 동부건설(BBB-) 등도 최근 회사채 차환발행에 나섰지만 수요예측에 실패하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를 물어야 했다.

 한 대형건설업체 관계자는 "동양사태로 회사채시장의 투자심리가 다시 얼어붙었다"며 "금리메리트로 어느 정도 자금을 모을 수 있었던 A등급 회사채조차 쳐다보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금리를 올려서라도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곳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일부 비우량건설업체는 회사채시장이 급냉각되자 차환발행을 포기하고 유동성 우려에도 불구하고 자체 자금으로 갚아나가는 형편이다.

 정연홍 NH투자증권 채권연구원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본격화되면 금리수준은 지금보다 더 높아질 것"이라며 "실적이 안나오는 건설업체들로선 재무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빈재익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업체들은 신규계약 축소 등으로 내년에도 자금사정이 안좋을 것으로 본다"며 "경기변동에 취약한 건설업체들의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선 금융기관의 운영자금 공급을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