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박진영기자][[인터뷰]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채권투자는 "삶의 품격" 바꾸는 투자"]
"저는 집, 주식 다 팔고 채권 투자만 합니다"
"25년 주식 외길"을 걸어온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의 입에서 흘러나온 다소 의외의 말이다. 이 센터장은 1989년에 대우증권에 입사한 이래 한화증권과 교보증권, 솔로몬투자증권 등 4개 증권사의 리서치센터장을 거친 주식 전문가다. 자타 공히 "주식인생"을 살아왔다는 그가 현재 투자 포트폴리오에 담고 있는 것은 채권뿐이다.
"2007년 말이었습니다. 제 나이도 40대 후반이 됐고 앞으로 제 월급이나 라이프사이클(생애주기)을 고려해봤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보니 안정적인 수익이 최고라는 판단이 섰습니다."
이 센터장은 이런 생각에 따라 2007년에 주식을 모두 처분했다. 당시에도 주식 투자를 꾸준히 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가끔 좋은 주식이 있으면 투자하거나 몸담고 있는 회사에서 우리사주가 나오면 회사 임원으로 참여하는 정도였다.
굳이 2007년에 주식을 팔아치운 이유를 물었다. "2007년 말 당시 코스피지수가 2000포인트를 넘어섰지만 저는 앞으로 시장이 굉장히 안 좋아질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주식은 단 한주도 남기지 말고 다 팔아야겠다고 생각할 정도로요. 그래서 과감하게 다 팔았습니다."
그 때 이 센터장은 주식뿐만이 아니라 집도 팔았다. 지금도 전세를 살고 있다. 금리가 이렇게까지 낮아진 나라에서 부동산이라 수익을 낼 리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 센터장은 그 때부터 채권 투자를 시작했다.
"2008년에 금융위기가 왔죠. 저는 주식과 집을 다 처분한 덕에 재산 손실이 없었습니다. 그 와중에 제가 투자를 결정하게 된 것이 은행채입니다. 외환위기 때도 대한민국 은행이 망한 적은 없습니다. 단순한 논리입니다. 2008년 말에 은행채 금리는 연 10%까지 올라갔습니다."
2009년이 지나 금융위기가 진정되자 금리가 내려가기 시작했고 이 때 은행채를 팔았다. 그 뒤 현대캐피탈 채권을 샀다. 신용등급은 A급이었는데 연리가 7%대였다. 월 지급식으로 한 달에 한 번씩 이자가 나왔다.
"한 달에 한 번씩 월별 이자가 찍혔는데 마치 월급이 두 번 나오는 느낌이었습니다. 연리도 보장받으면서 안정적으로 월별 수익이 나는 게 몹시 매력적이더군요. 직접 경험해본 당사자로 당시 회사에 월지급식 상품을 만들자고 건의했지만 당시 증권사에는 그런 식으로 채권을 투자하는 사람이 별로 없어 채택되지 않았습니다. 그 뒤 삼성증권에서 월지급식 채권 상품을 선보였는데 크게 히트쳤죠."
이 센터장은 "채권투자 재미는 끝났다"는 올해도 채권투자를 추천한다. "앞으로도 채권을 시작하지 못할 시기는 없다, 언제든지 괜찮다"는 소신이다. 채권투자는 자산이 좀 있어야 가능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젊은 직장인들도 소액으로 얼마든지 시작할 수 있다"며 "일단 투자해보고 안정적인 수익을 경험해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채권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유독 핑계가 많다는 점이 불만이다.
"채권은 지레 겁먹고 시도조차 안 해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채권은 큰 돈 있어야 한다" "지금은 금리가 너무 낮아 채권은 안 된다"등 변명도 많죠. (종자돈이) 적으면 적은대로, (금리가) 낮으면 낮은대로 하면 됩니다. 어떤 상황이든 시작하지 않는 것보다 낫습니다."
지난해 동양사태로 채권에 투자했다 손해본 사람들이 많다고 지적하자 "모두가 쫓아가는 종목, 등급 낮은 종목에 대한 위험 투자는 피하는 것이 좋다"며 "전문가와 상담해 수익률이 좀 낮아도 신용 위험이 없는 안정적인 투자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채권투자가 퇴직 후 수입원의 하나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정적으로 만기가 보장되는 채권에 돈을 넣어두고 몇십만원이라도 매월 이자를 받으면 노후생활의 질이 달라진다는 설명이다.
이 센터장은 주식 인생 25년의 주식 전문가가 채권 예찬론을 펴면 직원들이 곤란해하겠다고 말하자 "채권투자는 품위가 있고 삶의 질을 달라지게 한다는 얘기를 직원들은 이미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고 말했다.
"애널리스트로 시장 정보를 명석하게 분석하고 종목을 잘 파악해 전달하는 것은 직업인으로 멋진 일이지만, 개인적으로 주식한다고 차트 들여다보고 매일 일희일비하는 건 너무 품위가 없지 않냐고 직원들에게 자주 말해요. 내 삶에 집중하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채권투자야말로 삶의 품위를 더하는 투자라고요."
[박진영 기자 트위터 계정 @zew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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