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미국 "양적완화" 축소계획에 경제위기 우려 증폭
(서울=연합뉴스) 박상돈 한혜원 기자 =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 강등은 2년이 지
난 지금도 세계 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 그리고 그 영향은 미국보다 유럽, 신흥국
등에 더 강하게 나타났다.
특히 미국 등급이 강등된 이후 재정위기를 겪던 유로존 주요국의 신용등급도 줄
줄이 하향 조정됐다.
미국과 일본은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어 주가지수와 성장률 모두 정상 궤도에 올
랐지만, 이제는 "출구전략"을 논하고 있어 불확실성이 다시 커질 가능성이 있다.
◇ "슈퍼파워" 강등 2년…세계경제 아직도 영향권
4일 금융투자업계와 한국은행, 국제금융센터 등에 따르면 세계 경기가 내리막길
을 걸은 데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심각한 재정위기가 원인으로 작용했다.
재정위기의 심각성을 일깨운 것은 "슈퍼파워"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강등이었다.
2011년 8월 5일(현지시간)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
을 "AAA"에서 "AA+"로 낮췄다. 그리고 그 원인으로 재정적자 미해결을 꼽았다.
초강대국인 미국조차 재정적자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인식이 확산하자 세
계 금융시장은 일대 혼란을 겪었다. 일부 금융시장은 그 낙폭을 아직도 회복하지 못
하고 있다.
2011년 8월 5일 1,943.75를 나타낸 코스피는 4개월 뒤인 2011년 말에는 1,825.7
4로 6.1% 하락했다. 이달 2일 종가는 1,923.38로 2년 전보다 1.0% 낮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2011년 8월 5일 2,626.42에서 말 2,199.42로 400포인트
넘게(16.3%) 떨어졌다. 현재 수치는 2,029.42에 불과하다.
유럽의 독일 DAX 지수는 등급 강등 이후 그해 말까지 5.4% 내렸다.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는 실물경기 위축으로 이어졌다. 이에 각국 경제성장률도
낮아졌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010년 6.3%에 달했지만 2011년 3.7%로 추락
했다. 작년 성장률은 2.0%로 더 낮아졌다.
유로존 성장률은 2010년 2.0%에서 2011년 1.4%로 내려간 뒤 작년에는 마이너스(
-0.6%)로 전환했다. 외국 투자은행(IB) 11곳이 전망한 유로존의 올해 성장률도 -0.6
%다.
중국 성장률은 2011년 9.3%를 달성한 뒤 작년 7.8%로 급락했다. 올해 전망도 7.
6%에 불과하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글로벌연구실장은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은 투자자들에
게는 "미국 정부 부도(디폴트)"로 인식됐다"며 "모든 금융자산 가격의 척도가 되는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하자 세계 금융시장이 전반적으로 흔들렸다"고 분석했다.
◇ "미국도 위험한데"…유럽 주요국 등급 줄줄이 강등
미국 신용등급 강등은 당시 제기되던 유럽 국가들의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를
더욱 증폭하는 계기가 됐다.
결국 미국의 등급이 하향 조정된 이후 그리스, 스페인 등 주요 위기국의 신용등
급도 줄줄이 떨어졌다.
무디스는 작년 3월 그리스의 국가 신용등급을 "C"로 내렸다. 이는 투기 등급 가
운데서도 최하 등급에 해당한다.
S&P는 작년 10월 스페인의 국가 신용등급을 일시에 2단계 끌어내려 투기등급 바
로 위 수준인 "BBB-"로 잡았다.
이탈리아에 대해서는 3대 신용평가사인 피치, 무디스, S&P가 작년과 올해에 거
쳐 모두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고 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두고 있다.
그나마 유럽위기의 "안전지대"로 여겨졌던 독일과 유로존에 대한 전망도 어둡다
.
무디스는 작년 독일의 신용등급은 "Aaa"로 뒀지만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췄고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신용등급 전망치도 "부정적"으로 내렸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유럽의 재정 불안에 대한 우려가 나온
시점에서 슈퍼파워인 미국 신용등급이 강등되는 상황이 발생하니 유럽 문제가 예상
보다도 더 심각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했다"고 진단했다.
◇ 미국ㆍ일본 양적완화 효과로 기사회생…"출구전략" 고심
선진국인 유로존과 신흥국에 속하는 한국, 중국 등이 고전한 사이 미국과 일본
은 빠른 경기 회복세를 보였다.
혼란의 근원지인 미국의 주식시장은 오히려 상승했다.
미국 다우존스기업지수는 신용등급 강등 이후 2년간 기복은 있었지만 대체로 상
승했다.
다우지수는 지난 2일에는 사상 최고치인 15,658.36까지 올랐다. 이는 등급 강등
직후(11,444.61)보다 36.8% 뛴 값이다.
성장률 측면에서도 미국은 "선방"했다. 미국의 GDP 성장률은 2010년 2.5%, 2011
년 1.8%, 작년 2.8%를 나타냈다.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국제금융연구실장은 "보통 국가들은 신용등급이
내려가면 금융시장 투자가 급감하지만, 미국의 강등 당시에는 세계 시장이 전반적으
로 불안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퍼지면서 오히려 미국에 자금이 몰렸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경제성장률은 2011년에 -0.6%였지만 작년 1.9%로 올라섰다. 11개 IB가
전망한 일본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1.9%다.
미국과 일본이 상대적으로 가파른 경기 회복세를 나타낸 데는 이들 정부의 적극
적인 양적완화 조치가 큰 몫을 했다.
미국은 작년 9월 3차 양적완화를 재개, 국채 등 자산 매입을 통해 매달 850억
달러의 자금을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통화 당국의 지속적인 유동성 강화에 힘입어 S&P도 올해 6월 미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일본은 "아베노믹스"를 표방한 통화완화 조치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미국의 제조업, 고용 지표가 눈에 띄게 호전돼 연방준비제도(
연준)가 다시 양적완화 축소 등 "출구전략"을 고심하는 상황이다.
그동안 시장 안전장치 역할을 했던 양적완화 조치가 사라지면 금융시장이 다시
혼란을 겪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종우 센터장은 "미국과 일본은 양적완화 효과를 당분간은 누리겠지만, 양적완
화를 무한정 지속할 수는 없다"며 "5월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의 양적완화 축소 발언
이후 금융시장이 출렁인 것을 생각하면 출구전략 이후 세계 경기의 불확실성이 더욱
고조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kaka@yna.co.kr
hye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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