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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현대상선에 7년만에 두 손 든 현대중공업

복리의마법 2013. 11. 11. 17:08

[머니투데이 유다정기자][현대상선 유증 포기…지분율 하락으로 경영권 획득 가능성 줄어]


현대중공업이 지난 7일과 8일 진행된 현대상선의 유상증자에 불참하면서 현대상선을 둘러싼 7년간의 경영권 분쟁도 종결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11일 IB(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그간 현대상선의 주요주주 지위를 유지했지만 눈에 띄는 전략적 성과를 내지 못했고 오히려 투자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 2006년 4월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을 앞세워 현대상선 지분 26.68%를 취득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현대상선이 속한 현대그룹과 아무런 상의 없이 벌어진 갑작스러운 거래였다. 현대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현대엘리베이터의 현대상선 지분율(18.72%)은 현대중공업그룹보다 8%포인트 낮아졌다. 현대그룹은 현대중공업그룹이 현대상선의 경영권을 탐내고 있다며 비난했다.

하지만 7년이 지난 지금 현대그룹이 우려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010년, 2012년, 그리고 올해 실시한 현대상선의 유상증자에 잇따라 불참하면서 지분율이 점차 낮아졌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유상증자가 마무리되면 현대중공업그룹의 현대상선 지분율은 21.97%에서 20.02%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꾸준히 현대상선 지분을 늘려온 현대엘리베이터는 유상증자 이후 23.73%의 지분율을 차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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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이 한발 물러설 수밖에 없었던 데는 여러 가지 요소가 작용했다. 우선 현대상선을 지키겠다는 현대그룹의 의지가 워낙 강했다. 현대그룹은 현대엘리베이터를 동원해 국내외 기관투자가들과 파생상품 계약을 맺었다. 이들 기관투자가들이 현대상선 지분을 매입하고 주가가 하락할 경우 현대엘리베이터가 손실을 보전해주는 조건이다.

또 대우조선해양이 현대상선 지분을 매입해 백기사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 대신 현대상선은 현대중공업이 아닌 대우조선해양에 선박을 발주하기로 결정했다. 현대중공업이 현대상선의 경영권을 넘보는 이상 한 가족일지라도 철저히 배제하겠다는 태도였다.

현대상선에 얽힌 이해관계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지난 2010년 현대자동차그룹과 현대그룹은 현대건설을 서로 인수하겠다며 다퉜다. 이때 현대그룹은 현대건설의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현대상선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정몽준 의원이 최대주주로 있는 현대중공업그룹이 현대상선의 유상증자에 참여한다면 형(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대신 형수(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편에 선 꼴이 된다. 결국 어느 쪽에도 설 수 없었던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상선의 유상증자에 불참을 선언했다.

현대상선 자체의 투자 매력이 떨어진 것도 주요인이다. 현대중공업이 지분을 취득한 이후 현대상선은 모두 5번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이때마다 돈을 집어넣지 않으면 기존 주주의 지분율은 희석된다. 현대중공업 측에서 보면 현대상선은 "돈 먹는 하마"와도 같았다.

게다가 국내 해운업 경기는 살아날듯 하면서도 도무지 회생의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현대중공업그룹이 현대상선의 지분을 매입할 때 지불한 가격은 주당 1만8000원이었다. 하지만 현대상선의 11일 종가는 1만1600원을 기록했다. 투자한 지 7년이 지났지만 지분 가치가 오르기는커녕 35%나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상선은 유상증자 주주배정에서 71.8%의 청약율을 보였다. 유증 주식수 1500만주 가운데 300만주는 우리사주조합에, 293만주는 최대주주인 현대엘리베이터에 배정됐고 일반 주주들도 청약에 참여했다. 현대상선은 실권주(28.2%)에 대해 오는 12~13일 일반공모를 진행할 예정이다. 최종 실권주는 대표주관사인 대신증권을 비롯한 6개 증권사가 인수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