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주식관련 사채

전환사채-CB(convertible bond)

복리의마법 2013. 7. 19. 09:16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꽃은 법인, 그 중에서도 기업이다. 개인이 떠안을 수 있는 이상의 위험(Risk)을 질 수 있도록 한 기업의 등장은 인류가 보다 크고 긴 꿈을 꾸도록 했다. 기업이 일을 해 이윤을 내려면 먼저 투자를 받아야 한다. 창업자가 직접 자본금을 투자할 수도 있고, 다른 사람에게 돈을 빌릴 수도 있다. 투자상품으로 분류하자면 전자가 주식, 후자는 채권이나 은행대출(loan)이다. 기업이 자금을 융통하는 큰 수단 2가지가 바로 주식과 채권이다. 자본시장은 이들 두 가지 상품의 거래시장을 말한다. 그런데 주식과 채권의 특징을 모두 가진  `야누스'가 있다. 전환사채(convertible bond, CB)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주식과 채권의 회색지대

`채권 +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선택권(옵션).' CB를 짧게 요약하면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 처음 기업이 이를 발행할 땐 보통의 회사채와 똑같지만 일정한 기간이 지나 주식전환권이 발동하면 투자자가 원할 때 채권을 주식으로 바꿔 주가상승에 따른 차익을 볼 수 있는 구조다. 일단 주식전환권을 행사하면 그 다음부터는 채권이 아닌 일반 주식으로 변한다는 점에서 전환사채는 주식과 채권의 회색지대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개념 비교.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개념 비교.

 

전환사채의 개념과 자주 비교되는 것이 신주인수권부 사채(bond with warrants, BW)다. CB와 BW, 두 상품 모두 기업의 자금조달방법을 다양화하기 위해 활용되고, 기업인수합병(M&A)시 많이 활용된다는 점에서는 같다. 특히 BW는 본질적으로, 채권과 주식을 연결한 조건을 가졌다는 점에서 CB와 같다. 그러나 CB는 전환권 행사에 의해 `채권'의 지위는 사라진다. 반면 BW는 신주인수권 행사와 별도로 만기까지 채권은 그대로 존속된다. 한마디로 BW는 발행 후 일정기간이 지나면 특정한 가격(이를 신주인수가격이라 한다)으로 발행주식을 살 수 있는 자격을 주는 동시에 만기까지 채권의 이자와 원금도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주식상승에 따른 자본이득, 채권에서 나오는 이자수입을 다 받기 때문에 BW의 채권 표면이자율은 CB보다 낮다. 둘 사이의 차이는 CB는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채권인 반면 BW는 신주인수권이 붙은 회사채라는 것이다. BW는 본질이 채권이라 부를 수 있고, 신주인수권을 행사하려면 별도의 추가자금이 필요하다.

 

 

발행기업, 투자자들이 모두 선택하는 이유는?

CB는 한 단계 도약을 노리지만 투자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 채권과 주식의 장점을 모두 취하려는 투자자들에게 폭넓게 이용된다. 왜 그럴까? 우선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 CB는 자금을 끌어 모으는 비용, 즉 이자비용은 줄이면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주식전환권리를 주기 때문에 CB의 이자수준은 일반 채권에 비해 낮다. 현재 재무상태가 취약하지만 연구개발이나 혁신을 통해 한 단계 발전하려는 기업, 거래실적이 적어 자금조달조건이 좋지 않지만 미래를 자신하는 중소기업에게 CB는 자본금확충이나, 채권발행을 대신할 좋은 대안이다. 좋은 의도는 아니지만 기업들 중에는 CB 발행 시 투자자에게 전환권 행사가액을 낮게 정해, 유상증자에 비해 전환사채를 이용하는 것이 자금조달 측면에서 손쉽다는 것을 악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 경우 해당기업의 주식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기존 주주들은 간접적으로 피해를 입을 수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CB는 채권과 주식의 투자이득을 동시에 노릴 수 있는 옵션을 준다. 일반채권보다 다소 낮지만 일정한 이자소득이 보장되는데다 기업의 성장성이 높다고 판단할 경우 전환권을 행사해 주식매각차익을 노릴 수도 있다. 이 때문에 회사의 경영구조를 개선해 수익을 노리는 사모펀드(private equity fund) 중에서는 CB를 이용한 투자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초기 채권으로 투자한 금액을 경영개선 과정을 보아가며 주식으로 전환해 회사의 자본건전성을 높여주면서, 펀드의 수익도 높여가는 의중인 셈이다.


CB는 기업의 인수합병 과정에서도 그 활용도가 높다. 안정적인 채권투자의 성격과 동시에 인수기업의 잠재적인 지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인수합병 과정에서 참가자들을 끌어들이기 유리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까닭이다.


기업과 투자자의 편익을 증진한다는 이런 관점을 인정해 우리나라의 상법도 전환사채의 발행을 인정한다. 그리고 발행절차 등에 관해서도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상법 513∼516조). 상법은 전환사채의 발행, 인수권을 가진 주주의 권리, 발행절차와 등기 등에 대해 독립적인 규정을 가지고 있다. 규정에 따르면 CB의 발행은 회사정관이나 이사회가 전권을 가지고 결정할 수 있다. 상법에서 CB에 직접 표시해야 하는 내용의 예를 들면 아래와 같다.

 

상법에 규정된 전환사채에 직접 표시해야 하는 내용 예시.

상법에 규정된 전환사채에 직접 표시해야 하는 내용 예시.

 

 

금융위기 후 자본건전성 강화수단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CB는 그 구조를 유사하게 활용한 금융시장의 안정수단으로도 검토되고 있다. 바젤위원회는 이 상품을 역전환사채(reverse convertible debenture)라고 이름 붙였다. 기본적으로 CB와 구조는 같지만 주식으로 전환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주체가 금융감독기관이나 정부가 된다는 점에서 ‘역(逆)’자가 붙었다. 규제가 도입될 경우 은행 등 금융회사들은 일정 수준의 역전환사채를 발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채권은 시장에서 정상적으로 유통되다 해당 금융회사의 자본건전성이 악화되거나, 경영이 부실해졌거나, 금융시장이 급격하게 경색됐을 때 자동적으로 `주식'으로 전환돼 해당회사의 건전성을 보완하는 장치로 기능할 전망이다. 이 제도는 광의의 전환자본(convertible capital)으로도 해석된다. 리처드 헤링 와튼스쿨 교수는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전환자본’ 개념에 대해 "미국 내에서만 16개가 넘는 ‘서로 다른’ 행사조건에 대한 논의가 나올 정도로 관심이 높다"고 언급한 바 있다.

  

 

 

 김태근, 전정홍/매일경제 기자 

 

발행일  2010.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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