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영권 방어·워런트 옵션으로 낮은 금리..선제적 자금조달
- 증권사 영업 치열..BW발행설 조회공시 증가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IT 부품업체 A 상장사 K 대표는 최근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을 결정했다. 급하게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지난달 찾아온 증권사 직원의 솔깃한 제안을 뿌리치기가 쉽지 않았던 탓이다. 증권사 직원은 지금 BW를 발행하면 세부 조건에 따라 표면이자를 0~2% 사이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게다가 8월 말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분리형 BW를 발행할 수 없기 때문에 경영권 방어를 위해서라도 신주인수권을 일부 확보해둘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2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IB팀이 상장사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BW 발행을 타진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IB팀 소속 직원은 단순히 의사를 묻는 수준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발행을 권유하고 있다. 다음달 29일 분리형 BW 발행이 금지되면 당분간 BW 시장이 경색될 것을 우려해 미리 먹거리를 챙겨두겠다는 계산이 깔린 영업 행태다.
증권사 직원들은 상장사에 찾아가 BW가 워런트(신주인수권)라는 옵션 덕분에 다른 사채보다 이자가 저렴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혜택이 내달 말까지만 유효하다는 점을 내세웠다.
증시 침체로 기업들의 직접 자금조달이 뜸해진 상황에서 증권사 IB팀은 BW 발행으로 챙기는 수수료 0.5%도 아쉬운 상황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BW 발행 금지를 앞두고, 기업들의 문의도 많았지만 증권사들이 직접 나서서 BW 발행을 제안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지난 19일 200억원 규모의 사모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한 디지탈옵틱(106520)도 운영자금이 필요한 상장사는 아니다. 자금 조달 목적을 시설자금 150억원, 운영자금 50억원으로 설정했으나 정작 회사 측은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워런트의 절반가량은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몫으로 돌아갔다. 지배력이 약한 중소기업은 종종 워런트를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하곤 한다.
앞서 비아트론(141000), 멜파스(096640) 등도 무이자로 BW 발행에 성공했다. 10곳이 넘는 기관 투자가가 서로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전하면서 투자자를 추려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BW발행 주관을 맡은 증권사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기업의 업사이드(Up-side)를 보고 투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증시 부진으로 기업의 주가마저도 저평가되어 있다고 판단하고,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들은 워런트 행사만으로도 충분히 차익을 얻을 것으로 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발행사와 투자자에게 증권사의 영업력이 모두 통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BW 발행을 둘러싼 증권사 영업이 치열해지면서 적잖은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한 상장사는 BW를 발행한다는 소문이 먼저 시장에 돌았고, 주가는 폭락했다. 서둘러 ‘사실무근’이라고 밝히면서 해프닝으로 끝났다. 해당 기업에 BW 발행을 제안한 증권사가 투자자를 찾는 과정에서 소문이 먼저 새어나간 것으로 추정된다. 루멘스(038060) 한국콜마(161890) 한화케미칼(009830) 등 적지 않은 상장사가 의도치 않게 BW 발행설로 조회공시를 받아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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