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회사채 투자 정보

[채권]특정금전신탁 "허점"이 동양 피해 5만명으로 키웠다

복리의마법 2013. 10. 4. 07:57


[머니투데이 심재현기자][저축銀 사태 피해자도 2만명 불과…동양피해자 급증 과정 들여다보니]

- CP "쪼개팔기" 금지…개인투자 사실상 불가능
- 동양證, 특정금전신탁 통해 부실사 CP 개인에게 판매
- "금융당국 미흡했던 규제가 불완전판매 초래"

투자부적격 등급의 동양그룹 계열사에 투자한 개인투자자가 5만명에 달한다. 회사채 투자자가 3만4000명, CP(기업어음) 투자자가 1만5000명 규모다. 2011년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저축은행 후순위채 투자자(2만여명)보다 2.5배나 많다.

2010년말 법정관리를 신청한 LIG건설의 경우에도 투자 피해자는 800명 수준에 그쳤다. 결과와 무관하게 당시만 해도 안전하다고 여겼던 저축은행이나 LIG건설에 투자한 이들보다 동양그룹 투자자들이 많다는 점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더구나 동양그룹 투자자 가운데 두차례 이상 반복 투자한 이들이 전체의 절반 이상(51%)이다. 단순히 고금리 유혹이나 불완전판매 가능성만으로는 이를 온전히 설명할 수 없다.

본문이미지전문가들은 특정금전신탁을 주범으로 지목한다. 일반적으로 개인투자자가 접하기 어려운 CP가 증권사의 특정금전신탁상품과 묶여 대량 판매되면서 피해가 일파만파 커졌다는 분석이다. (☞ 관련기사: "동양사태 주범" 특정금전신탁 왜 문제인가)

어음법에 따르면 회사채와 달리 CP는 원칙적으로 "쪼개팔기(분할판매)"가 엄격히 금지된다(어음법 12조 2항). 회사채의 경우 1000억원 규모로 발행되면 기관투자자가 100억원 단위로 인수하는 등 쪼개서 살 수 있지만 CP는 권면액수가 1000억원으로 발행되면 1000억원 물량을 통째로 사야 한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CP는 인수 부담을 낮추기 위해 애초에 발행할 때부터 권면액수를 5억원이나 10억원, 49억원 등 적은 금액으로 발행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일반 개인투자자가 투자하기는 쉽지 않은 액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CP는 공시 의무나 이사회 결의 등의 규제가 없다 보니 자금난에 시달리는 기업이 발행하는 경우가 적잖다"며 "이런 점에서 보면 분할판매나 인수를 금지한 것도 CP 투자 문턱을 높여 투자자 피해를 줄이기 위한 일종의 안전장치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특정금전신탁을 통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특정금전신탁에서는 얼마든 CP를 "쪼개서 사고 파는" 게 가능하다. 특정금전신탁은 투자자가 증권사나 은행에 돈을 맡기면서 특정기업의 주식이나 CP·회사채 등을 사 달라고 지정하는 상품을 말한다. 특정금전신탁에 편입되는 회사채나 CP의 소유권은 증권사 등 신탁회사가 갖고 투자자는 수익권만 갖는 구조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가령 100억원짜리 CP 발행시 증권사가 10명의 투자자로부터 10억원씩 받아 CP를 사서 보유하면서 만기가 되면 이들에게 수익을 돌려주고 수수료를 받는다. 형식상으로는 증권사가 권면액수대로 발행된 CP를 통째로 보유해 어음법 규정에서 벗어나지 않지만 실질적으로는 투자자가 쪼개 산, 사실상의 예외 규정이다.

결국 부실기업의 CP에도 얼마든 투자할 수 있도록 "뒷문"을 열어줬다는 얘기다. 실제로 동양그룹 투자의 대부분은 동양증권의 특정금전신탁을 통해 이뤄졌다. 특정금전신탁이 아니라면 동양그룹 CP와 회사채가 팔릴 수 없는 상태였다. 완전자본잠식으로 재무사정이 악화되면서 회사채 대신 CP를 집중 발행해온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셔널의 경우 동양증권을 통해 CP에 투자한 개인투자자가 1만3000명에 달한다. 투자규모만 4305억원이다.

금융당국도 특정금전신탁의 CP 편입에 일부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4월부터 특정금전신탁에 편입된 CP를 50명 이상에게 쪼개 파는 경우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도록 규정을 개정했다. 특정금전신탁을 통해 CP가 지나치게 "쪼개 팔리는"데 제동을 건 것이다.

증권신고서는 투자위험요소나 재무관련 정보를 기재하는 것으로 금융감독원이 정정이나 보완을 요구할 수 있어 자금을 신속하게 조달하려는 기업에는 큰 부담이 된다. 지난달말 동양이 법정관리 직전 65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하려다 하루 전날 취소한 것도 금감원이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할 움직임을 보였기 때문이다.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셔널에서 50억원 이상으로 발행되는 CP가 사라진 것도 규제가 시행된 지난 4월부터였다. 하지만 대신 49억원 이하 발행 물량이 급증하면서 실제 규제 효과는 미미했다.

시장 한 관계자는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셔널이 증권신고서를 내지 않기 위해 4월부터는 49억원 이하로 하루에도 수차례 CP를 발행했다"며 "최대 49억원짜리 물량이 나오면 고액자산가를 중심으로 투자자당 평균 1억원씩 투자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금융위가 지난달 29일 특정금전신탁으로 회사채나 CP를 매입하면 중도해지가 어렵도록 투자자의 수익권을 다른 이에게 양도하는 것을 향후 금지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특정금전신탁 투자자가 회사채나 CP의 위험성을 좀 더 확실히 알고 신중하게 투자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취지였다.

한 동양그룹 투자자는 "금융당국은 조치를 했다지만 결국은 미흡했던 것 아니냐"며 "논란이 되는 불완전판매 불씨도 따지고 보면 특정금전신탁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영 기자 트위터 계정 @zewa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