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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부자’ 기업, 신용등급 유지에 "힘"

복리의마법 2013. 12. 20. 10:21


- 대한항공·해운사, 자산유동화로 재무융통성↑
- 한진重 4년 동안 수주 없어도 1.7조 규모 부동산 등급 뒷받침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불황이 계속되면서 자체 사업에서 수익이 줄고 있는데도 신용등급을 유지하는 기업이 있다. 유동화할 수 있는 부동산 자산을 보유해 재무융통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 덕분이다.

‘땅부자’ 기업으로는 한진중공업(097230)이 대표적이다. 올해 초 등급이 ‘A-’로 한 단계 하향되긴 했지만 2008년 9월부터 지난 7월까지 영도조선소의 상선 건조 계약이 없었음에도 꾸준히 ‘A’급을 유지했다. 그 동안 2009년 5478억원에 달했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지난해 953억원으로 4년새 20% 수준으로 줄었지만 신용등급을 뒷받침했던 것은 부동산의 힘이었다.

한진중공업이 보유한 인천 율도지구와 동서울터미널 부산 암남동 등 부동산의 가치는 상반기 말 기준 총 1조8000억원에 달한다. 아직 담보 설정이 되지 않은 데다 땅의 사업성도 높아 유동화 가능성도 양호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멘트업체인 아주산업도 건설업의 침체로 직격탄을 맞았지만 보유한 부동산이 등급 유지에 힘을 보탰다. 서울 강남의 아주빌딩과 청남빌딩에서 얻은 연간 수익이 120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2919억원, 224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윤수용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지난해 기준 토지 등 유형자산의 장부가액이 2184억원으로 아주빌딩과 청남빌딩 등의 실질 자산가치는 장부가액을 크게 웃돌 것”이라며 “보유자산을 활용한 추가 담보여력 등을 봤을 때 재무융통성이 양호하다”고 판단했다.

한신공영 역시 보유한 부동산으로 차입금에 대한 대응능력을 인정받은 케이스다. 2009년 1224억원이던 총차입금이 지난해 말 4650억원까지 네 배 가량 늘었지만 같은 기간 EBITDA는 382억원에서 537억원으로 1.4배 늘어나는 데 그쳤다. 차입금에 비해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지는 않았지만 3분기 말 기준 각각 현금성자산 742억원, 사옥 등 투자 부동산 1701억원 등에 달하는 보유자산이 등급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실제 대한항공은 시가 2조원이 넘는 S-Oil의 지분과 장부가액 772억원 수준의 부동산 등 보유자산으로 유동성 개선에 나섰다. 해운사 또한 업황 침체에도 항만과 선박 등 보유 자산을 유동화해 버티고 있다.

유동성 위기를 겪지 않아 부각되지는 않았지만 한진, CJ대한통운 등 물류기업이나 KT, 포스코, 롯데쇼핑 등도 보유한 부동산이 많아 재무융통성이 우수하다는 평가다.

안영복 나이스(NICE)신용평가 기업평가3실장은 “오래 사업을 했거나 규모가 큰 대기업의 경우 사업을 해오면서 부동산이나 주식 등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보유 자산이 많을수록 재무융통성이 높아 신용등급에 하방경직성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