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Credit News

[더벨]신용평가사 평정 태도 3人 3色

복리의마법 2013. 8. 2. 10:57

[더벨 서세미기자][편집자주]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상반기 정기평가를 끝냈다.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신용등급과 아웃룩의 조정이 이루어졌다. 산업별로 업황이 갈리고 주요 그룹별로 기세가 갈리듯 신용등급도 희비가 교차했다. 숨가빴던 한 달간의 정기 신용평가 시즌을 정리해 본다.


[[정기 신용평가 리뷰]⑥한기평-보수, NICE-신중… 한신평-우량사에 관대, 투기등급엔 엄격]

더벨|이 기사는 07월23일(08:24) 자본시장 미디어 "머니투데이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올해 정기 신용평가에서는 평가사별로 의사결정을 달리하며 신용등급 불일치(split)가 발생하거나 아웃룩(outlook)에 차이를 보인 기업이 속출했다. 신용평가사마다 등급 조정의 전반적인 방향성이 달랐고 특정 산업이나 기업 혹은 등급 군(群)에 대한 평정 태도 역시 엇갈렸다.

업계에서 가장 보수적이라는 평을 받아온 한국기업평가는 이번에도 가장 빨리, 가장 많은 기업의 신용등급을 떨어뜨렸다. 타 신용평가사의 등급 상향과 다른 결론을 내려 회사채 시장에서 통용되는 유효등급 상승에 발목을 잡는 일도 다수 발생했다.

반면 NICE신용평가의 경우 등급 상향은 빠르게, 하향에는 지극히 신중한 모습을 취했다. 아웃룩을 활용해 신용등급 조정보다 우선적인 시그널을 보여 주려는 데도 적극적이었다. 특히 "부정적" 전망을 붙인 경우가 타 평가사의 두 배 가량에 달했다. 얼핏 보수적으로 비춰지지만 역으로 보면 등급 하향에 소극적이라는 평가가 나올 만한 대목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신용등급 별로 평정 태도가 확연히 갈렸다. 우량 기업에는 관대하고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떨어지는 발행사에는 냉정했다. 한국신용평가가 A급 이상 대기업 중 등급을 낮춘 곳은 업종 리스크가 불거진 한일시멘트 뿐이었다. 나머지는 모두 투기등급 기업이었다. 반면 투자적격등급에서 신용도를 올린 경우는 평가사 중 가장 많았다.

◇ 한국기업평가, 신용도 불일치 3분의 2 이상 주도

신용평가사별 기온차가 확연히 드러난 것은 등급 불일치나 아웃룩에 차이가 벌어진 기업에서다. 올해 정기평가에서 신용등급이나 전망에 차이가 발생한 기업 수는 총 21개다. 신용등급 편차가 종종 벌어져 비교가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투기등급 기업은 7곳. 이를 제외한 투자적격기업에서만 등급 불일치가 5건 발생했고 9개 발행사의 아웃룩이 엇갈렸다.

5건의 등급 불일치 중 4건은 한국기업평가가 타 평가사보다 보수적인 평정 태도를 취하면서 나타났다. 한국기업평가는 6월28일 LG실트론과 SK해운의 신용등급을 각각 한 노치씩 하향한 A0(안정적)와 A-(안정적)로 평정했다. LG실트론에 대해서는 판가하락으로 인한 수익성 저하와 과중한 차입부담을 등급 하향 배경으로 삼았다.

반면 NICE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같은 날 LG실트론의 신용등급을 A+로 유지했다. 수익성 저하와 재무부담 증가를 만회할 재무융통성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에서다. 보유 자산의 담보여력 등에 기반한 대체 자금조달능력, 장기화된 차입금 만기 구조, LG그룹의 우수한 대외신인도 등을 등급 방어의 근거로 제시했다. 한기평이 드러난 재무실적에 초점을 맞춘 반면 유사시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종의 "가능성"에 주목한 것이다.

SK해운의 경우 역시 비슷하다. NICE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6월 중순 SK해운의 신용등급을 A0로 유지하고 등급전망만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2주 후 한국기업평가가 신용등급을 A0에서 A-로 하향해 유효등급이 떨어졌다. 평정 논리는 3사가 대동소이했지만 한국기업평가는 현재 상황에, NICE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현실화하지 않은 보완능력인 재무융통성에 무게를 뒀다.

clip20130722180329

현대파워텍과 넥센타이어 역시 한국기업평가의 평정으로 유효등급 상향에 실패했다. NICE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가 신용등급을 한 노치 올릴 때 한국기업평가만 유지 결정을 내렸다. 특히 현대파워텍은 AA급 진입 문턱에서 좌절한 터라 실망이 더욱 컸다.

NICE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6월28일 현대파워텍의 신용등급을 A+(긍정적)에서 AA-(안정적)로 상향했다. 한국기업평가는 같은 날 기존 등급을 유지하고 "긍정적" 전망에 대한 트리거(trigger)를 공개해 신용등급 상향 기준을 제시했다. A+ 내에서 상대적으로 우수한 신용도를 나타내고 있지만 아직은 AA급 기업으로 부족하다는 의사를 명확히 한 것.

넥센타이어도 마찬가지다. 한국신용평가가 A+로 신용등급을 올린 6월28일 한국기업평가는 아웃룩만 "긍정적"으로 바꿨다. 신용도 변화를 위한 재무지표를 제시해 등급 상향에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등급전망에서 차이가 발생한 9개 기업 중 6곳도 한국기업평가의 보수적 태도로 신인도에 타격을 받았다.

한국기업평가는 이번 정기평가를 통해 대한항공(A0), 두산인프라코어(A0), 이랜드월드(BBB+)의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두산인프라코어와 이랜드월드는 한국기업평가만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조정해 하향 가능성을 키웠다. 대한한공은 한국기업평가가 가장 먼저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일주일 후 NICE신용평가도 정기평가를 통해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바꿨다. 현재 한국신용평가만 "안정적" 등급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LG화학(AA+) 역시 한국기업평가가 등급전망을 기존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바꿔 공시한 후 NICE신용평가에서 동일한 결정이 나왔다. 이번에도 한국신용평가는 LG화학의 등급전망을 "긍정적"으로 유지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삼화페인트공업(BBB+)과 매일유업(A0)의 등급전망을 홀로 "안정적"으로 유지하기도 했다. 해당기업에 "긍정적" 등급전망을 부여하며 상향 가능성을 높인 타 신용평가사들과 의견차가 발생했다.

◇ NICE신용평가, 등급 하향에 특히 신중

한국기업평가가 보수적인 평정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지만 정작 신용도 조정에 가장 활발하게 나선 곳은 NICE신용평가였다. NICE신용평가가 투자적격기업 중 신용등급이나 아웃룩을 조정한 사례는 32건에 달한다.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가 조정한 26건~27건보다 많다.

NICE신용평가는 등급보다 아웃룩 조정에 적극적이었다. NICE신용평가가 이번 정기평가에서 신용등급을 조정한 기업은 총 12개로 한국신용평가(15개), 한국기업평가(13개)보다 적다. 반면 20개 기업의 등급 전망을 조정해 한국기업평가(13건), 한국신용평가(12건)를 압도했다.

특히 NICE신용평가는 등급전망 조정을 "부정적"으로 바꾸거나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되돌린 경우가 13건에 달했다. 한국기업평가(9개), 한국신용평가(8개)보다 많다.

하지만 보수적 평정으로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당장 신용등급을 내린 기업이 단 2개로 한국기업평가(5개)와 한국신용평가(3개)보다 적다. 오히려 다른 평가사보다 등급하향에 신중한 모습을 보인 것으로 해석되는 이유다. .

실제로 NICE신용평가는 상대적으로 등급 상향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NICE신용평가가 신용등급 조정에 나선 12개 투자적격기업 중 10곳이 상향 대상이었다. 등급 하향에 나선 곳은 한솔테크닉스와 리딩투자증권 등 BBB 기업 두 곳 뿐이다. 한국신용평가가 BBB급 이상에서 12개사의 등급을 올리고 3개 기업의 신용도를 하향한 것과 비슷한 비중이다. 한국기업평가의 상·하향 비중 8:5와는 뚜렷한 차이가 난다.

clip20130722181941

NICE신용평가가 타 평가사에 비해 유독 후한 점수를 준 기업은 한일시멘트(A0), 매일유업(A0), 제이콘텐트리(BBB-)다. 매일유업과 제이콘텐트리에는 "긍정적" 등급전망을 부여했다. 한일시멘트는 "부정적"이던 등급전망을 "안정적"으로 바꿨다. 한일시멘트의 경우 한국신용평가가 A0(안정적)로 전격 하향해 등급 불일치가 발생했다. 이번 정기평정에서 등급 방향성이 가장 크게 어긋난 사례로 기록됐다.

NICE신용평가가 홀로 부정적 입장을 표명한 기업도 있다. NICE신용평가는 JS전선(A0)과 동아원(BBB+)의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바꿨다.JS전선은 최근 "원자력발전소용 전선 납품과 관련한 부정적 이벤트가 발생하면서 대외신인도가 저하됐다"고 판단했다. 동아원은 계열사 차입금에 대해 3971억 원의 지급보증을 제공하는 등 직간접적 지원 부담이 커져 등급 하향 가능성을 높였다.

◇ 한신평, 우량기업 친화적..비우량사는 냉정

한국신용평가는 우량 대기업에 가장 친화적인 모습을 보였다. 반면 신용도가 떨어지는 기업에는 상대적으로 엄격한 잣대를 적용했다. 한국신용평가가 투자적격기업 중 타 평가사와 다른 등급이나 아웃룩을 제시한 곳은 13곳이다. 이중 타사에 비해 부정적 평가를 내린 기업은 한일시멘트와 제이콘텐트리 두 곳에 그친다. 나머지 11곳은 상대적으로 평가가 좋았다.

회사채 시장 관계자는 "과거부터 한국신용평가는 신용도가 낮은 기업의 등급 하향에는 빠르게 대응해 왔다"라며 "이에 반해 우량기업의 등급 하향에는 천천히 대응하고 상향에는 빠르게 나서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clip20130722182008

실제로 한국신용평가가 등급을 상향한 투자적격기업은 12개로 업계에서 가장 많았다. 등급전망을 우호적으로 제시한 곳도 4개사가 있었다. 반면 신용등급이나 아웃룩을 불리하게 적용한 곳은 11개사로 가장 적어 기업 친화적인 이미지가 강했다. 특히 LG화학의 경우 한국신용평가만 "긍정적" 등급전망을 유지해 다른 평가사들과 입장 차이를 분명히 했다.

반대로 투기등급에서는 한국신용평가가 10개 기업의 신용등급이나 아웃룩을 아래 방향으로 조정하면서 한국기업평가(6건)와 NICE신용평가(6건)보다 엄격한 모습을 보였다. 투기등급 내에서 신용도를 상향조정 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이번 정기 평가에서 보인 한국신용평가의 또 다른 특징은 타사에 비해 평정 시점이 눈에 띄게 늦다는 점이다. 한국신용평가가 신용등급을 상향한 12곳 중 스플릿이 발생한 3곳을 제외한 9곳 중 6곳은 한국신용평가의 평가 기준일이 타사보다 늦었다.

LG유플러스, SK텔링크, 태광실업 등은 한국기업평가가 가장 먼저 신용등급을 올린 후 같은 결정을 내렸다. 연합자산관리, 세아제강, 동원엔터프라이즈도 NICE신용평가가 상향하고 나서야 결과를 공개했다. 등급전망이 비우호적 방향으로 조정된 6곳(등급 불일치된 기업 2개 제외) 중 4곳인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상선, 이랜드리테일, 동국제강 등에 대해서도 한국신용평가는 NICE신용평가나 한국기업평가가 선제적으로 나선 후에야 동일한 조치를 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