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회사채 투자 정보

[역발상 회사채 투자법]회사채 투자 5계명…원금 상환 능력·신용등급 전망 살펴야

복리의마법 2013. 10. 29. 08:24

동양그룹 회사채를 산 개인투자자들은 투자 대상이 무엇인지, 위험도는 어떤지 전혀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었다고 한다. 금융상품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판매처의 권유를 곧이곧대로 듣고 투자했다가 낭패를 봤다는 얘기다. 


회사채를 제대로 투자하려면 일단 신용등급 ‘추이’와 ‘전망’을 살펴야 한다. 회사채를 고를 때, 신용등급 확인은 상식이다. 하지만 기업의 과거 신용등급 변화까지 챙겨보는 투자자는 많지 않다. 

전문가들은 “현재 신용등급보다 과거 신용등급이 보다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동양 사태가 터지기 전 동양그룹 신용등급은 하향세였다. 9월 초 나이스신용평가는 동양증권이 발행한 동양 후순위채권 등급을 A-에서 BBB+로 하향 조정했다. 이미 신용평가사들은 동양그룹 부도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본 것이다.

반대로 향후 신용등급 전망도 확인해야 한다. 정대호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우리나라 신용평가 3사는 각자 홈페이지에 정기 신용등급 평정을 공시한다. 여기에는 신용등급 조정을 공지할 뿐 아니라, 등급 조정 전망도 공시된다. 따라서 회사채에 투자하고자 한다면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 조정 전망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재 신용등급보다 신용등급 전망이 투자 의사결정에 더 유용한 지표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당장은 BBB급 회사채라고 하더라도 신용등급 조정 가능성이 있으면, 현재 높은 수익률을 누리면서 안전성도 높일 수 있다.
그렇지만 지나친 신봉은 위험하다. 신용등급은 자금을 융통할 때 평가 기준이 되는 중요한 수단이다. 하지만 신용등급이 기업의 모든 재무적 위험을 설명하지는 못한다. 유승우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업종에 따라 신용등급이 갖는 의미는 조금씩 다르다”고 설명한다. 유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같은 A-급 이하 회사채라고 하더라도 지금 시점에서 건설·조선·해운업종은 더 리스크가 크고, 음식료·유통업종은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작다. 음식료·유통은 현금이 빠르게 들어오는 업종이기 때문에 갑자기 자금이 경색될 확률이 낮은 반면, 건설·조선·해운업종은 경기에 민감해 리스크가 갑자기 커질 가능성이 있다.

신용등급 같아도 특정 업종은 더 위험
부채비율·영업이익률·기재보상률 체크

특정 업종은 대규모 차입을 일으켜야 오히려 좋을 수도 있다. 차입이 많아지면 자연스레 신용등급이 낮아진다. 하지만 더 많은 이자를 지불하면서라도 수익이 높은 곳에 많은 자금을 투자하는 전략을 선택하는 기업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기업 중 일부는 신용등급이 낮더라도 리스크가 고평가됐을 확률이 존재한다. 
 
신용등급과 함께 고려해야 할 다른 지표는 없을까. 동부증권, KTB투자증권 등에 따르면 회사채 발행 기업의 ‘현금 흐름’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현금 흐름은 부채비율과 영업이익률, 기재보상률 등을 통해 확인 가능하다. 현재욱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회사 부채가 적고 자기 자본이 많을수록 채권의 안전성은 커진다. 또한 같은 신용등급이라면 발행 규모가 큰 채권에 투자하는 것이 안정적이다. 여기에 기업 대차대조표까지 분석할 수 있다면 채권 투자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현금 흐름을 살펴보는 이유는 회사채 발행 기업의 원금 상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웅진홀딩스가 회사채를 발행할 때 연 6% 금리를 제시하자 개인투자자가 몰려들었다. 하지만 알 만한 투자자는 웅진홀딩스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 바로 웅진홀딩스의 원금 상환 능력이 낮다고 봤기 때문이다. 

만약 빚을 갚기 위해 또다시 빚을 지고 있다면 원금 상환 능력이 낮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웅진홀딩스는 지난해 하반기에만 4번이나 회사채를 찍었다. 같은 기간 기업어음(CP) 역시 3번이나 발행했다.

이 밖에 회사채 만기도 중요한 지표 중 하나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재무구조가 같은 조건이라면, 만기가 긴 회사채보다 짧은 회사채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수익률이 너무 높다면 의심하라’는 조언도 남겼다. 김세용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금리가 높은 회사채는 그만큼 리스크도 크다. 기업을 세밀하게 분석하기 어려운 개인이 회사채에 투자한다면, 비슷한 신용등급을 가진 다른 기업의 수익률과 비교해봐야 한다. 동일 등급인데 수익률이 확연히 높다면 일단 위험하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729호(13.10.23~10.29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