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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불황" 조선업 기지개, 철강사 "후판값 올리자"

복리의마법 2013. 8. 9. 07:55


[머니투데이 구경민 오상헌기자][신조 발주증가·선가도 상승...후판 수요 회복세, 철강업계 "가격인상" 검토]

극심한 불황에 시달리던 조선업계에 화색이 돌고 있다. 2년 만에 신조선가지수가 상승세로 돌아선 데 이어 발주와 수주량도 눈에 띄게 늘고 있어서다. 조선업황 회복조짐이 나타나자 국내 철강업체들도 조선용 강재 가격인상 검토에 들어갔다.

◇"조선경기 바닥 찍었다", 발주 늘고 선가 오르고=8일 조선·해운 조사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들어 7월까지 전세계 선박 발주량은 910척, 2105만CGT(수정 환산톤수)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822척, 1431만CGT)과 견주면 CGT 기준으로 47.1% 증가한 것이다. 2008년 이후 꾸준히 하락세를 이어가던 신조선가지수(배를 새로 건조할 때 드는 비용을 100 기준으로 한 지수)도 지난 6월 127에서 지난달 128로 상승했다.

이달 초 기준으로 전세계 조선업계 수주잔량은 9082만CGT로 전달에 비해 38만CGT 이상 늘었다. 수주잔량 총액이 증가세로 돌아선 건 2008년 9월 이후 58개월 만이다. 선종별 선가의 주간변동 추이도 6월 이후 모든 선종에서 두루 상승세를 보였다.

국내 조선사들은 올 상반기 187척의 선박을 수주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119척)에 비해 50% 이상 증가했다. 업계에선 경기가 바닥을 찍은 것 아니냐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전문가들은 발주 증가와 선가 상승이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유재훈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하반기에도 신조선가가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일본, 한국 등 글로벌 상위 조선사들은 안정적인 일감확보에 성공, 가격협상력을 회복했다"고 말했다.

◇철강사 "조선경기 풀리는데 후판값 올립시다"=조선업 업황 회복은 국내 철강업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배를 지을 때 쓰이는 후판 수요가 서서히 살아나서다. 국내 철강업계는 조선용 후판가격 인상 검토에 들어갔다.

후판은 두께가 6㎜ 이상인 두꺼운 철판이다. 주로 조선사들이 만드는 배나 해양구조물 등에 쓰인다. 후판은 한때 철강업계의 대표 효자상품이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넘긴 2011년만 해도 가격이 톤당 100만원을 넘었다. 원재료 가격 상승과 조선 수주 증가 덕분이었다. 하지만 이후 조선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부진과 공급과잉으로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국내산 후판의 정식 출고가는 현재 111만원 수준. 하지만 다양한 할인방식에 따라 실제로는 톤당 평균 70만원에 거래된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거래에선 후판가격이 톤당 60만원대로 떨어진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철강업계는 후판값을 올리지 않고서는 더이상 버틸 재간이 없다는 입장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주요 철강사는 조선사 등에 납품하는 후판가격 할인폭을 톤당 2만~3만원 축소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중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그간 원가 상승 요인을 제품가격에 거의 반영하지 못해 사실상 손해를 보면서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장사를 했다"며 "최근 조선사들의 수주 증가로 후판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여 가격인상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철강사들의 후판 판매량은 올 1분기를 저점으로 서서히 늘어나는 추세다. 포스코의 경우 지난해 1분기 164만톤이던 판매량이 지난 1분기 140만톤까지 줄었으나 2분기 146만톤으로 다시 증가했다. 동국제강도 후판 판매량이 지난 1분기 42만톤에서 2분기 51만톤으로 늘어났다고 추정했다. 철강사들은 조만간 조선사들과 가격협상에 나설 계획이다.